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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더의 엄마가 홀로 고군분투하였다면, 영화 괴물의 가족은 구성원들이 함께 힘을 합쳐 적을 무치르고 승리한다. 마더와 괴물의 극명한 차이는 어디에서 오는 걸까. 영화 괴물에도 마더의 엄마와 같은 존재가 있는가.
봉준호 감독의 마더(2009)와 괴물(2006)은 모두 강한 모성애를 가진 캐릭터를 중심으로 이야기를 전개한다. 마더의 엄마(김혜자)는 아들의 결백을 증명하기 위해 극단적인 선택을 하며, 괴물의 희봉(변희봉)은 괴물에게 납치된 손녀을 구하기 위해 모든 것을 거는 인물로 부족한 아들을 구박하면서도 보호하고 챙기는 모습을 통해 엄마의 역할을 볼 수 있다.
봉준호 감독은 두 영화에서 '엄마'라는 존재를 통해 사랑과 집착, 희생과 광기의 경계를 탐구한다.
이번 글에서는 마더와 괴물 속 부모(엄마) 캐릭터를 비교하고, 봉준호 감독이 모성을 어떻게 다르게 표현했는지 살펴본다.
가족을 지키기 위해: 개인적 희생 vs 집단적 대응
마더의 엄마 김혜자는 가난한 생활에 지적 장애를 가진 아들을 고립된 상태로 홀로 키우며 살아가는 강한어머니이다. 아들 도준이 살인누명을 쓰자, 결백을 증명하기 위해 홀로 고군분투한다. 경찰도, 주변 사람들도 그녀를 돕지 않자, 스스로 사건을 조사하고, 심지어 진실을 덮고자 극단적인 선택을 하기에 이른다. 마더의 엄마는 아들을 사랑하지만, 그 사랑은 절대적이고 헌신적이지만 동시에 상황의 특수성으로 인해서 집착적이고 광기마저 띄는 모습이다.
괴물의 희봉은 가족 전체를 이끄는 존재로, 단순한 아버지가 아니라, 가족을 지키기 위해서 모든 것을 바치는 위기속 희생하는 존재다. 아들을 나무라면서도 감싸는 전형적인 가부장적인 캐릭터이기도 하다. 손녀 현서가 괴물에 납치되었을 때 가장 먼저 구출 계획을 세우고, 총기를 구해 괴물과 싸우려 하고, 가족을 지휘하며 효율적으로 움직인다. 특히 경찰과 정부가 아무런 도움을 주지 않는 상황에서 희봉은 직접 문제를 해결하려고 나선다.
모성애의 표현 방식: 헌신 vs 책임감
두 영화 속 엄마(부모)는 모두 자녀를 구하려 하지만, 그 방식에는 큰 차이가 있다.
마더의 엄마는 아들을 위해 스스로 정의를 구현하려고 한다. 그녀는 끝없이 헌신하고 희생하며, 필요하다면 도덕적 경계를 넘어서까지 행동한다. 숭고하고 헌신적인 절대적인 그녀의 사랑이 동시에 위험하고 불안전하다.
괴물은 희봉은 자식을 지키는 것이 부모의 책임이라고 말한다. 그는 가족을 위해서 현실적인 결정을 내리고, 위기 상황에서도 침착함을 유지하려 하며, 생존을 위한 실질적인 대응을 하는 쪽에 더 가깝다.
즉, 마더의 모성애는 헌신과 집착의 형태로, 괴물은 책임감과 보호의 형태로 그려진다.
괴물속 희봉이 괴물에 맞서 총으로 싸우지만, 결국 괴물에게 치명적인 공격을 당해 목숨을 잃은 후, 남은 가족들은 그의 희생을 바탕으로 더욱 단단하게 뭉치고 현서를 구하기 위해 끝까지 싸우게 된다. 즉, 희봉의 가족을 위한 희생으로 가족들이 책임감과 연대감으로 가족을 지키는 것이다.
결말에서의 차이: 열린 해석 vs 명확한 승리
마더의 엄마는 진실을 알게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스스로 기억을 지우려 한다. 영화의 결말 장면으로 버스에서 춤을 추는 엄마의 모습은 관객들에게 강한 인상을 남기며, ‘엄마의 사랑은 어디까지 갈 수 있는가’라는 질문을 던진다.
반면, 괴물은 명확한 결말을 보여준다. 가족들이 결국 괴물을 처치하고, 새로운 가족 구성원이 생기면서 희망이 남는다. 희봉은 죽었지만, 그의 가족은 살아남아, 딸 현서를 잃었지만, 다른 아이를 지키며, 가족의 책임을 다하려 한다.
결론: 봉준호 감독이 말하는 다양한 모성애
봉준호 감독은 두 영화에서 모두 강한 부모의 사랑을 다루었지만, 그 방식은 극과 극이다.
마더의 엄마에서는 개인적인 헌신과 광기를 통해 모성애를 표현한 반면, 괴물에서는 희봉을 통해서 가족의 보호와 책임을 통한 부성애를 강조한다.
두 영화를 통해 '부모의 사랑'이 단순한 희생이 아니며, 따로는 극단적이거나 현실적인 선택이 필요함을 보여준다. 봉준호 감독은 영화의 배경도, 가족의 구성원도 다르지만, '모성애, '가족' 이라는 주제를 완전히 다른 방식으로 풀어내며, 다양한 형태를 제시하고 있다.
부모의 사랑이 가진 힘, 동시에 그 한계를 생각하게 하며, 다양하게 표현되는 사랑의 모습을 보여주는 두 작품이다.